[드라마 다시보기] 공항가는 길 _ 절제된 감정이 주는 묵직한 따뜻함
'감정이 건조해질때마다 꺼내보는 드라마'. 나에게는 드라마 '공항가는 길'이 그렇다. 그래서 몇년에 한번씩은 꼭 생각나는 드라마이다. 개인적으로 김하늘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드라마는 SBS에서 방영했던 '온에어'이고 가장 공감되는, 현실에서 마주할 것 같은 캐릭터로는 이 '공항가는 길'에서의 주인공같다.

절제된 감정이 주는 묵직한 따뜻함
오랜만에 ‘공항 가는 길’을 다시 보았다. 2016년 KBS2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그 시절에도 이미 수작이라 불렸지만, 지금 다시 보니 그 섬세한 감정의 결이 더 깊게 다가온다. 김하늘과 이상윤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흔한 자극이나 갈등 대신, 오히려 절제와 침묵,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관계를 그려낸다.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는 마음을 숨죽이며 바라보는 그 감정선은, 오히려 더 강하게 심장을 두드린다. 요란하지 않아서 오히려 잊히지 않는 드라마, ‘공항 가는 길’은 그런 작품이다.
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설렘의 미학
드라마의 배경이 된 공항과 항공사라는 설정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. 공항은 누군가의 이별이자, 또 누군가의 시작이다. 그 감정의 교차점 위에 서 있는 듯한 배경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. 김하늘이 연기한 승무원 ‘수아’는 늘 떠나는 직업을 가졌지만,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. 그런 인물의 내면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와 따뜻한 시선은, 마치 긴 여행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듯 조용히 다가온다.
제주도의 풍경, 감정의 쉼표가 되다
후반부에 접어들며 배경이 제주도로 옮겨가면서, 드라마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는다. 푸른 하늘과 드넓은 오름, 여백이 많은 풍경은 인물들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주는 듯한 역할을 한다. 제주도의 자연은 말없이도 모든 걸 이해하고 있는 듯한 감정을 준다. 특히 두 사람이 제주에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장면들은,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상처 입은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준다. 그 감정은 설명이 아닌, 그저 바라보게 되는 힘으로 다가온다.
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
‘공항 가는 길’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드라마다. 특히 사랑에 대해 말하면서도 누구 하나 쉽게 감정을 내뱉지 않고, 각자의 삶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참 어른스럽다. 이 드라마는 흔한 ‘불륜’ 서사처럼 소비되지 않고, ‘공감’이라는 단어로 다시 읽히는 이유가 분명하다. 김하늘과 이상윤의 연기, 감각적인 연출, 그리고 영상미는 물론이고,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. 가을이 오기 전, 혹은 삶이 조금 흔들릴 때,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. ‘공항 가는 길’은 그렇게 나에게 또 한 번 말을 걸어왔다.

마지막으로, 내가 정말 이 드라마를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!
그냥 ‘기본’만 지켜도 세상은 따뜻해질 수 있다는 상상
‘공항 가는 길’을 보고 있으면, 마음이 조용히 데워지는 이유가 있다. 이 드라마는 엄청난 희생도, 위대한 사랑도 말하지 않는다. 그저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상식적인 배려, 그 선을 묵묵히 지키는 인물들을 보여준다.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고,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,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.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그 ‘기본’이 이 드라마 안에서는 아주 따뜻하게 작동한다.
그래서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. 모두가 저 정도의 상식적인 배려만 해도 세상은 꽤 괜찮지 않을까? 거창한 말이 없어도, 감정을 휘젓지 않아도, 단지 조심스러운 눈빛과 말투 하나로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드라마를 잔잔한 명작으로 만든다.